"우주여행은 언제 시작됐지?" 궁금한 역사 배운다
동글한 얼굴에 짧은 단발머리, 긴 치마 저고리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 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 잔디밭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 동상의 모습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세운 이 동상이 설립된 지 벌써 5년을 맞았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후 가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는 물론 한국관련 내용을 더 반영하도록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교과서에 내용이 반영된다고 해도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역사 교육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대입 문이 좁아지면서 학교 수업도 대입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하다 보니 삶에서 알아둬야 할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역사 교육에 엄격한 유대인 커뮤니티가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 응답자들의 3분의 2는 '아우슈비츠(Auschwitz·폴란드의 도시로 2차 대전 중 유대인이 대량 학살된 곳)'에 대해 모른다고 대답했다. 또 22%는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수업은 학부모가 생각하는 만큼 모든 걸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 커리큘럼이 대학 입학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가 아닐 경우 아무리 중요한 역사라도 그냥 지나치게 된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역할이 더 커지고 중요해지는 시대가 된 셈이다. 방학은 중요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기간동안 자녀들과 함께 어릴 때 경험한 이야기 등을 토대로 위안부 역사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 역사를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외에 워싱턴포스트에서 권하는 알아둬야 할 '5가지 세계 역사'를 소개한다. ◆냉전 시대 최근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이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는 만큼 역사 대화의 시작을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가 왜 민감했는지, 왜 냉전이라 불리는지 차근차근 배우는 시간으로 삼으면 된다. 초등학생들은 톰 브로코(Tom Brokaw)의 '천국의 크리스마스: 베를린 캔디 폭탄 테러의 진실(Christmas From Heaven: The True Story of the Berlin Candy Bomber)'에서 베를린 공수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중학생들은 동 베를린에서 터널을 나가는 소녀의 가상 이야기인 제니퍼 닐슨(Jennifer A. Nielsen)의 '갈라진 밤(Night Divided)'을 읽으면 '철의 장막'과 '소비에트 유니언'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바비 파이론(Bobbie Pyron)의 '겨울의 개(The Dogs of Winter)'는 소련시대 거리를 배회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중학생용 소설이다. 고등학생들은 쿠바 미사일 위기에 관한 영화 '13일'이나 '10월의 붉은 사냥'을 봐도 좋다. 둘 다 가족용 영화에 적합해 필요에 따라 잠시 멈추고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져도 된다. ◆이민 요즘 뉴스에서 연일 나오는 또 다른 핫 이슈다. 학교에서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민자 커뮤니티인 만큼 자녀에게 한인 이민 역사나 미국의 이민 역사를 자세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조금 오래된 책이기는 하지만 베타 바오로드(Bette Bao Lord)의 '멧돼지와 재키 로빈슨의 해(In the Year of the Boar and Jackie Robinson)'는 미국 문화에 대해 동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이민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학교를 무섭고 낯설어 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동질감을 준다. 패트리샤 폴라코(Patricia Polacco)의 '누비이불(Keeping Quilt)'은 이민자 가족이 러시아의 친척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기억하고 공유하는지 보여준다. 중학생이라면 팜 뮤노스 라이언(Pam Munoz Ryan)의 '솟아오르는 희망(Esperanza Rising)'을 통해 불법 이민에 관한 주제를 배울 수 있다. 마가렛 피터슨(Margaret Peterson)의 '반란(Haddix)'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통해 이민자들이 겪는 불공정과 어려움을 볼 수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이비 조보이(Ibi Zoboi)의 '아메리칸 스트리트(American Street)'와 에리카 산체스(Erika L. Sanchez)의 '나는 당신의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닙니다(I Am Not Your Perfect Mexican Daughter)'를 통해 가족의 기대감과 미국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민자 가정 자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한인 학생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이민을 공부하다 보면 한인 이민 역사도 들려주고 싶다. 현재 한인 커뮤니티에 한인 이민사를 보여주는 곳은 대한인국민회가 운영하는 국민회관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직접 방문해 둘러보면 좋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나 방문전 예약을 해야 한다. ▶주소 및 문의: 1368 W Jefferson Blvd., Los Angeles, CA 90007, (323)733-7350, (213)200-7525, ▶웹사이트: https://knamf.org ◆우주 정복 지금은 민간기업이 달나라 여행 티켓을 파는 시대다. 아이들에게 우주 여행은 마치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여행가는 일 쯤으로 느끼겠지만 우주 프로그램의 시작은 사실 불과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달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사활을 걸었던 '우주 탐사' 경쟁 이야기 속에는 드라마와 서스펜스가 가득하다. 또한 세계 강대국으로서 미국이 결정한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메리 포프 오스본(Mary Pope Osborne)의 '매직나무집: 한밤의 달(Magic Tree House: Midnight on the Moon)'은 초등학생 독자들에게 우주 여행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다. 마곳 리 셰터리(Margot Lee Shetterly)의 '숨겨진 인물: 4명의 흑인 여성의 진정한 이야기와 우주 경쟁(Hidden Figures: The True Story of Four Black Women and the Space Race)'는 지난해 영화로도 나왔던 소설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중학생을 위한 형태의 책도 나와 있다. 고등학생들은 호머 히캄(Homer Hickam)의 '10월의 하늘(October Sky)'와 '필요한 자질(The Right Stuff)'을 권한다. 영화 '아폴로 13'은 좀 길어서 고등학생들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디지털 시대의 초창기 모습을 찾는 재미도 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6백만 명에 달하는 남자, 여자 및 아이들의 대량 학살에 대한 역사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한인 역사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주저하게 할 수도 있다. 인류 역사상 학살은 어디를 가나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가 이전까지의 학살과 다른 건 전쟁터에서 우발적, 충동적으로 벌어지는 포로 학살이 아닌, 자국 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매우 계획적이고 산업적인 형태의 체계화된 학살이라는 것이다. 배타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섞인 계획적인 학살 행위다. 프로페셔널 홀로코스트 교육자들은 "어린이들에게 홀로코스트 이야기의 끝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며 "다민족이 섞여 사는 미국에서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배타주의,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벌어진 대학살의 역사는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위한 권장도서로는 패트라샤 폴라코(Patricia Polacco)의 '나비'. 상급 초등학생들과 중학생에게는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별을 헤아리며(Number the Stars)'가 있다. '별을 헤아리며'는 유대인 친구와 가족을 도와주는 어린 주인공과 가족들, 이웃 덴마크 어부들과 과학자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전쟁을 뛰어나게 묘사한 이 소설은 미국 아동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1990년 뉴베리상을 받았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을 읽는 건 학생들에게 지루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화면에서 이미지를 보는 건 더 힘들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가능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고등학생 이상이 됐을 경우에 권하고 있다. 프랑스 루이스 말(Louis Malle) 감독의 영화 '굿바이 칠드런(Au revoir les enfants)'은 나치 점령 중 프랑스 기숙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영국 다큐멘터리 '전쟁의 세계(The World at War)'은 볼 만한 영화지만 이미지가 어려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일본인 포로수용소 진주만 공격 이후 몇 달 동안 미국은 11만7000명의 일본계 미국인에게 집, 일자리, 사업을 포기하고 강제수용소로 이주하도록 명령했다. 정부는 당시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언급했다. 그것은 20세기 최악의 인권 남용 케이스 중 하나로 간주된다.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는 초등학생의 경우, 켄 모치즈키(Ken Mochizuki)의 '우리를 살린 야구('Baseball Saved Us)'와 요시코 우치다(Yoshiko Uchida)의 '팔찌(The Bracelet)'를 추천한다. 둘 다 환상적인 삽화로 아름답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학생 독자들에게는 사랑하는 애완견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야기를 담은 커비 라슨(Kirby Larson)의 '대시(Dash)'와 로이스 세파한(Lois Sepahan의 '종이소원(Paper Wishes)'이 있다. 고등학생이라면 좀 더 자세히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는 파멜라 로터 사카모토(Pamela Rotner Sakamoto)의 '한낮의 한밤의 자정: 두 세계 사이에 갇힌 일본계 미국인 가족(Midnight in Broad Daylight: A Japanese American Family Caught Between Two Worlds)'을 시도하면 좋다. 또 C-SPAN에서 볼 수 있는 미국정부의 선전필름인 '일본인 재이주(Japanese Relocation)'를 시청해도 된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